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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유] 예술가는 문제를 정의하고 좋은 질문을 만드는 사람, 이진준 교수 인터뷰
    굴림판/미디어아트 2023. 1. 12. 00:48

    Q. 다년간 국내에서 창작 활동을 진행하시다가 영국에서 작업과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미디어아트,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분야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창작 방식 등, 국내와 해외는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지점에서 차이가 있나요?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경우, 국내는 좀 더 기술적인 점에 치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해외는 개념적인 틀을 중시하고요.

     

    Q. 2000년대 미술계에서 통용되던 미디어아트의 흐름과, ‘아트앤테크’ 혹은 ‘예술기술융합’으로 불리는 지금의 흐름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가령, 창작 방식, 작품 주제 등이 비슷한 맥락을 가지면서도 다른 것 같습니다.

    예전의 미디어아티스트 중에는 몇 가지 비디오 편집기술을 반복하며 작품을 만들어내는, 자기 복제형 비디오 아티스트가 많았습니다. 이십 년이 흐른 지금은 기술적으로 새로운 시도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술적인 효과에 치중하면서 관객을 현혹하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유행에 편승해서 미디어아트를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이야기가 공허하게 들립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요즘 조각이나 회화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Q.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예술가가 지휘자, 연출가의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하였습니다(2021년 제2회 아르코 현장 대토론회). 예술가에게 요구되는 지휘자와 연출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작가는 최종적으로 이루어 낸 결과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입니다. 상상하는 것과 실제로 만드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특히, 미디어아트는 공연성을 지니고 있어 그 과정과 결과까지 모든 것을 세심하게 연출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창작의 고통과 긴장이 반복되는데, 이런 일상을 제어하면서 날 선 감각을 유지하는 것도 예술가의 능력입니다.

     

     

    Q. 인상 깊게 본, 혹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창작 사례나 창작 방식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영국의 포렌식 아키텍처(Forensic Architecture)1 의 공동창작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또한, 독일의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2 처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연구 중심의 예술가 학자들의 활동을 지켜보면 좋겠습니다.

     

     

    Q.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예술가들은 기대와 동시에 우려를 하기도 합니다. 일부는 기술을 새로운 매체로 받아들이지만, 일부는 거부감을 갖기도 합니다. 예술가의 입장에서 예술과 기술의 융합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혹은 예술가로서 유념해야 할 지점들이 있을까요?

    우리는 ‘예술’에 대해 더욱 본질적인 질문을 해야 합니다. 지금은 장르의 시대가 아니라 융합의 시대입니다. 양식의 감옥에 갇히지 않길 바랍니다. 저는 어설픈 미디어 작업들을 보면서 거부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매체의 효과에 매몰되어 예술의 본질적인 속성을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Q. 많은 창작자가 기술자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네트워킹은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달려 있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 혹은 참고할 만한 사례를 통해 네트워킹을 형성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결국 어떤 면에서는 기술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면, 기술자들과 소통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를 만들기 전에, 왜 이 기술을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하길 바랍니다.

     

     

    Q. 철학도 전공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결국 모든 것은 철학으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현대미술은 오래 전부터 인문학, 사회학 그리고 과학, 공학 등의 영역으로 넘어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셈이죠. 지금은 예술가 학자들이 현대미술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Q. 끝으로 아트앤테크 플랫폼을 찾는 예술가, 기술자, 관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예술가는 답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좋은 질문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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